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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이병헌작가


- 1957년 충남 청양출생
- 2003년 월간 '문학21'
    '숨바꼭질'로 신인상
- 한국문인협회 예산지부 회원
- 스토리문학관 회원
- 현 임성중학교 교사


저서: 5천만이 검색한 가족여행지

동인시집: <길에게 길을 묻다> <풀숲에 작은 들꽃처럼> <벌레먹은 낙엽일기>  
< 그 강은 지금도 팔짱을 끼고 있을까> <비오는 날 술 다섯잔><각시수련의 하얀 사랑><시꾼>


*홈 http://cafe.naver.com/ichmount.cafe
*이메일 ldh5523@hanmail.net



봉숭아

1
이제 더 이상 울밑에 선 봉숭아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. 비가 흥건히 고인 운동장을 바라보며 화단 한 가운데 당당한 날개를 펴고 있다. 지루한 비에 길들여진 여름을 만든 증거를 한없이 펼치며 몸에 감긴 깃털처럼 무게를 달고 있다.

2
척박한 땅에 내렸던 뿌리 사이로 계절이 흐르고 모세혈관으로 가둔 양분이 사막을 넘기며 몸을 불리고 있었다. 뜨거움으로 몸에 매달았던 무게만큼 한없이 삭혔던 웃음이 정제된 그리움으로 피어날 때 세상은 그 만큼 무게를 내려놓고 있다.

3
그 날개 아래엔 가슴을 비워낸 몸체를 벗어난 꽃잎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. 빨간색 꽃잎이 분홍을 입은 꽃잎을 누르고 그 옆에는 흰 꽃잎이 연분홍을 바라보며 히죽대고 있다. 더 늦게 피어나서 오랫동안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이상한 법칙이 몸체 흔드는 바람에 몸을 뒤집고 있다




시마을 작품 선집4 (2004) 꽃 피어야 하는 이유, 세계로 미디어


우산





며칠 전
어둠에 치인 비가
비스듬히 누워 내리던 날
버스터미널에서
미아처럼 서 있었다



비를 맞을까?
아니면 우산을 살까?



열 다섯 짜리 여학생이
(내가 보기에는)
나의 몸을 훑고 지나더니
불쌍하다는 표정을 짓는다



왜 그럴까?



그녀에게 나는
손에 잡힌 것 하나도 없이
집시처럼 떠도는
노숙자가 되어있었다



그 아이는
한참 망설이다가
어둠 속으로 떠났고
나는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
큰 상점에 가서
제일 큰 우산을 찾았다



비닐을 벗겨내고
처음으로 손길이 닿을 때
가슴 터트리는 소리를 내며
어둠 속으로 솟아올랐다



그 아이는 사라졌지만
나는 한번의 동작으로
그 아이를 감싸안고 비를 피할 만한 집을 지었다



지금도 그 집이 히히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








윤인환 시인
박가월시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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